약물 설계 전문기업 보로노이가 '유니콘 특례 1호' 코스닥 상장에 다시 도전한다. 보로노이는 지난 3월 공모에 나섰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자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이번에는 공모 금액을 절반으로 줄이는 동시에, 공모가도 30% 이상 낮춰 흥행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보로노이는 매 해 2건 이상의 기술이전(라이선스아웃)을 공언하고 있다. 앞선 2년 동안엔 총 4건의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며 2조원이 넘는 마일스톤을 보유하게 됐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이날 오전부터 공모가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 수요를 확인하는 단계로, 9일 오후 5시까지 접수를 받게 된다. 일반 청약은 14~15일로 예정돼 있다. 코스닥 상장 예정일은 24일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사다.

희망 공모 가격은 지난 3월 5만~6만 5000원에서 4만~4만 6000원으로 낮췄다. 공모 주식수도 200만주에서 130만주로 줄어, 총 공모금액도 3월 대비 절반수준인 520억원(하단 기준)으로 축소됐다. 특히 하단 기준 공모가격 4만원은 시리즈 B·C·D 투자를 받을 때 보다 낮은 수준이다. 2019년 하버드다나파버암센터가 출자할 당시의 최고가(12만원)와 견줘보면 3분의 1 수준으로 조정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기존 주주들은 올해 하반기 추가 기술수출 가능성이 높다보고 자발적으로 보호예수에 대거 참여했다. 상장 내 1개월내 유통주식 물량이 이번 공모 물량을 제외하면 15.31%로 줄었다. 상장 직후 오버행(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 봐도 무방한 것이다.

2015년 설립된 보로노이는 인천 송도에 본사를 둔 합성신약 개발 전문기업으로, 국내 바이오벤처가운데 드물게 자체 동물실험센터까지 갖춘 실험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실험실과 인공지능(AI)을 연계한 플랫폼 '보로노믹스'를 통해 타깃 선정에서 최종 후보 물질 개발까지 소요 기간을 업계 평균 대비 3분의 1 수준인 1년~1년 6개월로 단축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심갖는 기술 이전이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독자 개발해, 전임상 또는 전기임상(1상, 2a상)에 기술 이전을 해 수익을 내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FDA 승인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거나 임상 2상 이후 기술수출을 하려는 국내 다른 바이오벤처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빠른 기술수출이 사업모델인 만큼 현재 비소세포폐암과 유방암, 자가면역질환 등 11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4개는 2020년말부터 지난해까지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미국 오릭파마슈티컬스와 브리켈바이오테크에 기술수출한 물질은 현재 글로벌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보로노이는 기술이전을 통한 매출로 빠르면 올해, 늦어도 2024년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실제 매출이 2020년 62억원에서 지난해 148억원으로 늘었으며, 올해 261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는 "보로노이가 그간 주주들에게 한 연구개발, 기술이전 약속을 단 한번도 지키지 못한 적이 없었다"며 "연내 추가 기술이전 업프론트와 기존 계약분 마일스톤이 유입되면 흑자전환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우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